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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음식

목포는 맛의 도시이다

by Sage 역사인문여행전문가 2023.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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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목포는 항구

'목포는 항구다'라는 노래가 있었다. '영산강 안개 속에 기적이 울고 삼학도 등대아래 갈매기 우는~' 이렇게 시작되는 일제 말기의 트롯트 가요다. 이난영씨가 이 노래를 가장 멋들어지게 부른다. 기적도 울고 갈매기도 울고 똑딱선도 울고....노래는 부르는 이도 듣는 이도 가슴아픈 사연들이 절절해서 아마도 함께 우는 것일 것이다. 10대 소녀시절 유랑극단 가수로 출발하여 시린 가슴들을 달래주던 가수, 이 노래 중간에 한국전쟁당시 북으로 끌려가서 다시는 못 만난 남편을 그리워하는 사설을 들으면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어린시절에 이 노래를 들었을 때는 '뭐 그런 당연한 소리를?' 했었는데, 나이 들어 세상풍파를 겪고나서 이 노래를 들으니 시대의 아픔과 더불어 가슴이 미어지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이 노래를 듣게되면 막걸리라도 한사발 하지 않을 수 없게 기분이 멜랑꼴리 해진다. 한국 지도에 조금이라고 관심이 있다면, 목포가 항구라는 것을 누구나 알 것이다. 한반도 동남쪽 맨 끝자락에 목포가 있다. 유달산에 올라 바라보면 주변 바다에는 무수한 크고 작은 섬들을 거느리고 있는 곳이 목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에서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4시간이상 달려야 갈 수 있는 곳이다. 영광, 함평, 무안을 거쳐 가다가 보면 목포에 도착한다. 서해안 고속도로 끝이며, 호남선 철도의 마지막 역이다.

2. 해산물 천국

목포는 영산강 하구를 거쳐 다도해에 나가는 길목이라서 해산물 생산이 풍부하다. 그 중에서 제일먼저 생각나는 해산물은 홍어다. 특히 흑산도 홍어! 잘 삭인 홍어를 고추가루 섞은 굵은 소금에 찍어서 먹으면 시큼한 홍어 본연의 맛이 일품이다. 소금은 오랜기간 간수를 뺀 천일염이면 더욱 좋다. 홍어삼합이라면 홍어를 돼지고기 삶을 것과 함께 잘 숙성된 신 김치에 싸서 먹는 것인데, 이 맛도 좋지만 아무래도 홍어만 소금에 찍어 먹느니만 못하다. 홍어 본연의 맛이 김치의 신맛이나 돼지고기의 기름진 맛에 섞여 버리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생각나는 해산물은 낙지다. 서해바다 뻘에서 사는 세발낙지는 그 쫄깃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살아 움직이는 낙지 그대로를 참기름 장에 찍어서 먹으면 낙지다리의 빨판이 입술이나 얼굴 따위에 달라붙는데 그것을 떼 내며 먹는 재미도 있다. 좀 잔인하기는 하다. 낙지를 도마에 놓고 탕탕 쫏아서 거기에다가 품질좋은 육회를 섞어서 먹어도 좋다. 낙지 육회는 목포, 무안지방에서 처음 맛보았는데 그 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 밖에도 문저리 무침, 백합탕 등 다양한 해산물 먹거리가 있다. 홍어, 문어, 낙지, 송어 등 타 지역에서도 즐길 수 있지만 목포에서는 그 요리법이나 손 맛이 특별하다는 느낌이 든다. 조미료의 조합, 함께 나오는 밑반찬의 다양성 및 깊은 맛 등은 목포에서만 맛볼 수 있는 그 무엇이 있다. 그래서 목포의 해물요리는 특별하다.

3. 좋은 사람들

아무리 맛있고 좋은 음식이라도 함께하는 사람이 좋아야 더 맛있다. 좋은 사람이란 우선 뜻이 맞아야 한다. 살아가는 방식이나 생각하는 방향이 다르면 대화가 재미 있을 수가 없다. 게가다 음식에 대한 기호가 비슷하면 더욱 좋다. 나는 해산물을 먹고 싶은데 육고기를 고집한다든지 하면, 음식을 함께 즐기기 어렵다. 제일 좋은 경우는 무엇이든 즐길줄 아는 경우가 아닐까? 바다나 육지나 하늘에 나는 새 종류나 나름대로 특색과 맛이 있으니 그것을 즐길 줄 알면 되는 것이다. 좋은 요리를 먹을 때는 술을 곁들이면 흥취가 더 나기 마련이다. 따라서 알코올을 적당히 즐길 줄 아는 사람이면 금상첨화다. 술을 마시면 긴장이 풀리고 서로의 마음 깊은 속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하루저녁 함께 먹고 나서는 십년지기 만큼 친한 친구가 되기도 한다. 음식을 먹을 때에는 좋은 이야기거리가 있는 것이 좋다. 그냥 묵묵히 음식만 먹는다면 참 맹숭맹숭할 것이다. 물론 정치적, 종교적 문제 등 민감한 주제는 반드시 피할 일이다. 그래서 옛이야기, 그 고장의 노래, 역사 등을 주제로 삼으면 참 좋다. 내가 아는 목포 친구들은 위에 언급한 좋은 사람으로서의 덕목을 모두 갖췄다. 게다가 오래된 도시에 사는 사람들답게 예술에 조예가 깊다. 육자배기 등 남도 전통음악도 좋아하고 또 목포의 눈물같은 트로트도 좋아한다. 그리고 미술작품도 좋아해서 음식점 어디를 가도 항상 동양화나 서예작품 한 개 이상씩 걸려 있는 곳이 목포이다.  음악, 미술 등 예술을 아는 사람들이 사는 곳, 목포에서 남도의 맛있는 음식을 맛보시기를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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