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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문화

화청지에서 양귀비의 사랑에 망가지는 나라와 장한가

by Sage 역사인문여행전문가 2023.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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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화청지, 양귀비와 당현종의 로멘스

중국 산서성 서안에서 동쪽으로 30여km 떨어져 있는 여산아래에는 화청지라는 유명한 관광지가 있다. 이곳은 고대 중국왕조인 주나라 시절부터 온천이 유명하였는데, 당나라시절에는 화청궁이라는 궁전이 있었다. 이 곳은 당나라 황제였던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이야기로 유명한 곳이다. 위 사진의 조각상은 막 온천욕을 마치고 나온 양귀비의 모습이다. 화청궁은 '안록산의 난'으로 대부분 불타 없어진 것을 청나라, 중국정부에서 약 30%만 복원하였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 넓이와 화려함이 대단하니 원래 모습의 화려함은 어쨌을까 상상하기 어렵다. 서안은 당나라 시절에 장안이라고 불리었다. 장안은 유방이 세운 한나라, 수나라, 당나라의 수도였다. 중국 최초의 통일왕조인 진나라 수도 함양도 서안 근처에 있어서 오늘날 서안은 관광지로서 중국여행에서 빼놓을 수없는 부분이다. 화청궁은 현대 중국역사에서도 매우 중요한 순간인 서안사변이 일어난 현장이기도 하다. 1930년대 일본의 대륙침략에 맞서 중국 국민당과 공산당이 항쟁하고 있었는데,장개석이 이끄는 중국 국민당은 공산당 홍군을 먼저 없앤 후에 일본과 싸우겠다는 전략을 수립하였다. 만주군벌의 후예인 장학량은 당시 장개석의 국민당 소속이었는데, 국내문제보다는 모두 힘을 합쳐 일본군과 싸워 이기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였다. 장개석이 전선 시찰차 서안을 방문한 기회를 잡아 장개석을 화청궁에 유폐하고 국공합작을 강요하게 된다. 결국 이 작전이 성공하여 중국 공산당은 기사회생하고 결국은 일본 패망후 중국대륙의 주인이 되었으니 시안사변은 현대 중국사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인 것이다. 지금도 화청궁에 가면 장개석을 유폐하였던 사무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양귀비는 동북아시아에서 미인의 대명사로 통한다. 꽃이름중에도 양귀비가 있다. 꽃이 매우 아름답지만 아편의 일종으로 순간적인 쾌락을 주지만 그 중독성으로 결국은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는 식물이라는 점에서 보면 참 이름을 잘 졌다는 생각이 든다.

2. 경국지색, 나라를 위험에 빠뜨리다

당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이야기는 경국지색이라는 말이 제일 잘 어울린다. 나라를 기울어지게 할만한 미인이 경국지색인데 이로 인해 임금이 정사를 돌보지않고 사치에 빠지는 것이다. 양귀비는 원래 현종의 며느리(아들의 아내)인데 미모에 반해서 아들로부터 빼앗아 애인으로 삼은 것이니 이같은 막장드라마가 또 있을까 싶다. 양귀비를 만나기 전에는 당현종은 정치를 잘하여 백성들이 태평성대를 누렸으나 양귀비와 사랑에 빠진 이후에는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반란이 일어나서 결국 국력이 매우 쇄악해 질대로 쇄악해지게 된다. 중국의 역사에서 여러명의 경국지색이 등장하는데 은나라를 망하게 한 달기, 주나라를 망하게 한 포사, 삼국지의 초선, 초한지 항우의 연인 우희 등. 대부분 미모의 매력으로 나라를 망하게 하거나 역사를 바꾼 경우들이다. 당현종이 양귀비를 만나기 전에 백성을 위해 힘써 정치를 했던 증거는 많다. 중앙의 유능한 관리를 지방에 도독이나 자사로 파견하고 부패한 관리는 교체하였다. 가믐에는 황궁의 식량을 백성들에게 나눠주고 환관과 인척들이 정치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여 정치가 문란해지는 것을 방지하였다. 사찰과 승려의 수를 줄이고 권력가들의 전횡을 막고 상벌을 엄격하게 하는 등의 조치로 이 시대를 '개원의 치'라고까지 부르며 중국역사의 몇 안되는 태평성대의 하나로 평가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성과가 양귀비라는 미인에 의해 허물어지고 결국 대규모 국내반란을 초래하여 당나라가 쇄락하게 되니 미인은 좀 멀리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3. 장한가, 긴 탄식의 노래로 남아

양귀비가 비극적으로 죽고나서 약 50년 후에 백거이이라는 유명한 시인이 있었다. 백거이가 35살에 되는 해 어느날 친구들과 놀다가 당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이야기를 화제로 삼게 되었다. 그 때 친구들은 유명한 시인인 백거이에게 그 사건을 시로 지어서 후세에 남기라고 설득한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긴 시가 장한가이다. 이 시는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 1장은 황제와 양귀비의 만남, 제 2장은 안록산의 난과 양귀비의 죽음, 제3장은 환도후 양귀비를 그리워하는 황제의 심정, 제 4장은 도사의 환술로 양귀비의 영혼을 찾아 사랑을 맹세하나 천상과 인간세계의 차이에서 오는 아품과 한탄을 노래하였다. 7언 형식으로 총 120행에 이르는 대 서사시이다. 그중에서 마지막 네 구절은 매우 유명하여 암송하고 있으면 뭔가 깊이있는 전문가로 보일 것이므로 일독을 권한다. [在天願作比翼鳥 (재천원작비익조)  하늘을 나는 새가 되면 비익조가 되고,  在地願爲連理枝 (재지원위련리지)  땅에 나무로 나면 연리지가 되자고, 天長地久有時盡 (천장지구유시진)  장구한 천지라 할지라도 다할 때가 있겠지만, 此恨綿綿無絶期 (차한면면무절기)  이 슬픈 한은 끊어질 기약 없이 영원하리] 서안에 가면 장안가를 내용으로한 대형 연극을 공연한다.  화청지를 배경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예모감독이 장한가를 연극으로 만들었다. 밤중에 어둠을 배경으로 하므로 화려한 빛과 음악이 어우러져 매우 몽환적이다. 이 연극 놓치면 후회할 관광코스중 하나이니 꼭 보고오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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