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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문화

시제, 조상 봉제사가 계속될까?

by Sage 역사인문여행전문가 2023.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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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사의 의미

한국인들은 해마다 조상이 돌아가신 날이 돌아오면 제사를 지낸다. 전통적으로는 종가댁에는 사당이 있어서 4대조까지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냈었다. 부모,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고조할아버지까지가 4대 조상이고 이러한 제사 행위를 '사대봉사'라고 한다. 4대조 이상의 조상은 집에서 제사를 지내지 않고 산소에 가서 봄이나 가을날 하루를 정하여 합동 제사를 지내는데 이를 시제라고 한다. 한국의 전통 농경사회에서는 시골에 집성촌을 이루고 사는 것이 보통이었고 조상들 묘는 문중 소유의 선산에 모시게 되므로 묘들이 가까운 거리에 모여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공동조상의 시제를 함께 지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었다. 제사를 지내는 의미를 생각해 보면 우리사회를 이루는 기본사상과 생활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 우선, 조상들의 육신은 흙으로 돌아가지만 영혼은 계속 존재하면서 우리와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죽은 조상을 잘 받들고 제사를 잘 모시면 그 분들이 가신 저 세상에서도 복을 받아 잘 살게되고, 그에 따라 제사를 지내는 살아있는 후손들을 조상들이 잘 보살펴 준다는 것이다. 두번째 생각할 수 있는 제사의 의미는 문화적, 정신적 가치이다. 제사는 공동의 조상을 가진 자손들이 참여할 것이므로 가족, 씨족간의 유대감, 소속감, 단결심 및 협동심을 고양한다. 이러한 공동의식의 형성은 전통 농경사회를 경영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한 조상을 숭배하고 윗어른, 연장자를 공경하는 윤리의식은 사회 질서형성의 기본이 되며 생활양식의 뿌리로 작용한다. 이러한 제사의식이 언제부터 있었을까? 아마도 인류가 공동체를 형성하고 살던 선사시대로부터 유래하였을 것이다. 인간을 감정을 가지고 생각을 할 수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죽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기억할 것인가? 내가 죽으면 어디로 가는 것인가? 이러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이해체계로서 제사는 훌륭한 답변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2. 제사, 시제 절차

집제사나 '시제'라고 불리는 한국인들이 조상무덤을 방문하여 제사지내는 추모 행사는 한국에서 오랬동안 이어져 온 민족풍속이며 정신문화적으로 매우 중요한 전통이지만, 유교와 성리학이 국가 지도이념이 된 조선 후기에 활성화되고 일반화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제사의 형식과 절차도 표준화 되었는데, 사실 제사지내는 법은 집집마다 다르다는 말도 있다. 그래도 제례는 몇 가지 필수 구성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조상 위패(신주)가 제사의 중심이 되기 때문에 조상의 사당이나 제사상 위에 놓인다. 위패에는 성명과 관직이 쓰여있는데 조상의 영혼이 그 속에 깃들어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래서 위패 앞에 음식과 술을 진열한다. 전통 음식, 과일, 음료를 준비하여 조상의 영혼에게 바치는 것이다. 이러한 제물은 고인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상징한다. 제사를 지내는 절차는 조상신을 맞아들이고, 축문을 읽고, 참가자들이 연장자부터 조상 앞에서 차례로 술을 올리고 절을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조상에 대한 경외심을 표현하고 조상의 축복과 보호를 구하는 것이다. 마지막에는 조상신을 보내드린다. 고대 역사에서 시작된 제례는 자신의 뿌리를 기억하고,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간극을 좁히며, 한국인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가치를 지키는 역할을 하였다. 문론 한국의 묘와 매장제도는 개선을 해야한다는 주장에는 공감한다. 죽는 사람 마다 묘를 쓰면 이론적으로 언젠가는 국토가 전부 묘로 가득 찰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화장 및 납골묘가 일반적이다. 사람이 죽으면 과거에는 선산에 뭍혔지만 이제는 화장되어 납골당으로 간다. 그래서 선영의 묘도 없어진다. 이것을 국가에서 장려하기도 하고 자연보호측면에서도 권장할 일이지만, 전통문화가 소멸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3. 풍속의 계승

전통적인 농경사회에서 산업화, 도시화로 진행되면서 제사문화가 많이 퇴색하였다. 전통한옥집에서는 사당을 유지할 수도 있겠으나, 아파트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사당에 모시던 신주만 따로 아파트 한 편에 모시는 방법도 있겠으나 유교의 신주, 제사의식은 종교라기 보다는 생활양식에 가깝다고 인식되어,  불상이나, 성모상, 십자가를 모시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래서 도시에 사는 아파트에 조상의 신주를 모시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제사도 마찬가지다. 제사는 해당 자손들이 모여서 지내야 하나 바쁜 도시생활에다가 사는 곳도 서로 멀다보니 참석하기가 어렵다. 또한 제사 음식을 준비하는 주부들도 직장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당일날 제사를 모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함께 모일 수 있는 토요일 저녁을 택일하여 제사를 지내는 것이 일반화 되었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제사를 지내는 경우는 주부의 양해가 있어야 가능하다. 모처럼 쉬는 주말에 제사음식 준비하랴, 손님치르랴 신경을 많이 써야 하기 때문에 현대의 도시 주부들은 제사를 기피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부득히 간단하게 제수를 준비하고, 같이 모여 저녁을 함께 먹는 정도로 의미가 축소되었다. 또한 한국사회의 기독교화가 제사문화 퇴조에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기독교에서는 조상제사의식을 우상숭배의 하나로 가르쳤다. 그래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사지내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나마 타협해서 하는 방법이 제사상은 준비하되 절은 하지 않고 추모예배만 드리는 것으로 대신하는 것이다. 봄, 가을에 모시는 시제도 마찬가지다. 음식준비를 해야하는 여자어른들이 별로 없고 계신다 해도 다 늙으셔서 일하시기가 어렵다. 그리고 시제에 참석하시는 분들도 다 노인분들 뿐이다. 시제지내는 날이 평일이라면  휴가를 내야 하는데 그런 정성은 찿기 어렵다. 그래서 제사문화나 시제, 성묘문화는 시간이 갈수록 없어질 수 밖에 없다. 그와 더불어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 친척간의 교류, 유대강화는 옅어지고 개인화되어 도시의 소시민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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